육아에 관심 가지기 전부터 몬테소리라는 것은 들어봤었는데, 정확히 어떤 철학이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 몬테소리 교구를 들인다 어쩐다 하는 엄마들의 말을 보며 전집을 주구장창 사서 집에 쟁여두는 엄마들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우연히 몬테소리에서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육아 방향과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깊이 파고들고 싶진 않았고, 대략적으로 몬테소리 육아라는 게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철학과 일관성
“나는 부모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10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낀 것을 교육에 있어 너무 세세한 활동과 도구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교육적인 철학이 바로 서고 그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아이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과 태도를 지니고 함께 하다 보면 그리 애쓰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교실 공동체를 꾸릴 수 있었다.”
책 초반에 나오는 부분인데, 이 구절이 전체 내용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 인용해 보았다. 공감하는 내용이며, 아이도, 양육자도 행복하게 편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몬테소리 육아라고 이름 붙여져 있지만, 이런 기본 방향 설정만 잘한다면 사실 뭔가 특별함이 있는 육아는 아닌 것이다.
일상생활
제일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역시 일상생활이다. 아기가 너무 어려 스스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아이가 하나씩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려 주고, 조금씩만 도와주면 생각보다 아이들은 금세 해내기도 하며, 해낸 것에 대해 성취를 느끼고 즐거워한다. 나는 이유식을 하면서 이것을 제일 잘 느꼈는데, 처음엔 떠먹여 주다가 아이가 스스로 뭔가 잡고 싶어 하고, 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조금씩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다 보니 9개월에 스푼까지 사용하게 되었고, 이른 시기에 손과 스푼을 사용하며 세끼 모두 아이가 스스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 외에도 아이가 커 가면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책에 소개되어 있는 것들을 통해 알게 되어 참고가 되었다. 실제로 엄마들이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해볼 수 있는 일상생활 활동들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들, 집안 환경 설정 등을 소개해놓아서 도움이 된다.
아이가 커 가면서 집안일들도 놀이 삼아 같이 하려고 마음먹긴 했으나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했다. 어른들의 눈에서 집안일은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니까 말이다(물론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지만, 이맘때의 아이들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해서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보고선 작은 부분이라도 아이에게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구나 생각했다. 이를 테면 아직 어려 식사준비를 도와줄 수 없으면 하다 못해 샐러드 채소를 손으로 찢어달라는 요청도 해볼 수 있다. 며칠 전 내가 밀대걸레로 바닥을 닦으려고 하는데, 아이가 잡고 싶어 해서 넘겨주었었다. 어설프게 바닥에 엎드려서 밀대를 잡고 앞뒤로 움직여보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귀여웠다. 손에 밀대를 잡고 기어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가서 앞뒤로 움직였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에겐 어설프고, 다시 한번 내 손이 더 가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참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서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요즘은 조기교육으로 선행학습을 많이 해서 갓 입학한 아이들이 아는 것은 많은데, 의외로 화장실 혼자 가기나 사물함에서 물건 꺼내오기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걸레는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아이가 위축되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 아이에게 무언가를 학습시키기보다는 아이가 어릴 때 좀 더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잘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Help me to do it by myself”
30인의 엄마가 생각하는 몬테소리 교육
여러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해 놓았다. 나는 후회하는 점과 추천하는 아이템, 활동 부분을 재밌게, 중점적으로 읽었다. 그러면서 내가 이제까지 생각하고 해 온 육아방식이 몬테소리와 맞는 부분이 많아서 신기했다. 많은 엄마들이 후회하는 점을 들면 나는 그렇게 하지 않고 뭔가 ‘몬테소리스럽게 ‘ 한 게 많았다. 그래서 여기에 소개된 이야기들처럼 나는 몬테소리 철학을 적용했을 때 후회되는 점들은 거의 없는 편인데, 읽으면서 새로운 팁들을 여러 가지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아이템, 활동 부분을 읽으면서는 앞으로 아이가 커갈수록 우리한테 맞는 방식으로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후회한 것들 중애 아기 침대와 조리원이 있었다. 보통 아이가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드가 있는 침대를 당연하게 사용하는데, 몬테소리에서는 아이가 잠자리에 스스로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한다. 우리는 범퍼침대를 구입하기는 했는데, 넘어 나오려는 아이가 떨어지는 사고도 봐서 가드를 올리진 않았다.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침대의 프레임을 없애고 매트리스만 깔아놓았는데 거기에 가드를 세우지 않은 범퍼 침대를 붙여서 아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두었는데 지금은 매트리스 위로도 자유롭게 기어올라오고 내려가고 한다. 아이가 올라가려는 모습을 보일 땐 계단 같은 걸 제공해 주는 게 좋다고 되어있는데, 자연스레 계단을 제공한 셈이 되었다.
몬테소리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보지 않아 “공생기간”이라는 개념은 잘 알지 못하지만, 이 공생기간이라는 개념을 들어 모두들 가니까 당연하게 갔던 조리원에 대해서 후회하는 분들이 많았다. 아마 생애 초기에 부모와 교감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내용 같다. 모유수유를 하려고 아기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으로 바로 왔는데,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다들 쉬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집에서도 쉴 수 있다. 산후도우미와 남편의 도움을 적극 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그 외에 자주 보였던 공통되는 후회점은 아이가 혼자 잘 놀고 있을 때 교감해야 한다며 계속 개입했던 것이다. 아이가 뭔가 집중해서 탐색하고 탐구하고 있을 때는 그 집중을 깨지 말고 두고, 아이가 엄마를 찾거나 필요로 할 때 반응해 주면 된다. 아이가 혼자 잘 놀고 있는데도 굳이 일부러 말을 붙여 가면서 지나치게 개입할 필요는 없다. 난 나 편하려고 자주 이렇게 하는 편이긴 한데, 아예 그냥 혼자 두기보다 좀 떨어져서 아이를 관찰하면서 내가 할 일을 조금씩 하는 편이다. 혼자 놀 때 잘 관찰해 보면 아이가 커갈수록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신기하다.
우리 아기도 장난감보다는 주걱, 국자, 냄비 등 주방용품을 좋아하고, 물티슈, 돌돌이, 밀대걸레 등 일상용품들도 좋아한다. 이런 것들을 못 만지게 하기보다는 나는 대체로 허용해 주는 편인데, 몬테소리 관련 책을 보니 잘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시중에 비싼 몬테소리 교구들이 있지만, 여기 나오는 엄마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몬테소리 교구는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나는 식물을 키우며 물 주는 것, 수확하는 것도 보여주고 만지게 해 주고, 같이 사는 강아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산책을 나가서도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을 말해주고 만질 수 있게 해 준다. 화려한 장난감과 교구들보다 내가 훨씬 편하고, 경제적이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육아 방법 같다. 비싼 몬테소리 교구 같은 것들은 가정에서 들여놓고 하기보단 아예 몬테소리 유치원을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교구들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바꿔줘야 하고, 나이가 다른 아이들이 어울려서 함께 놀이도 만들어보는 등 가정에서 하기 힘든 방식으로 교구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좀 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들과 활동으로 몬테소리 육아를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아, 또 공통된 내용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몬테소리 교육을 공부하고 난 후 스스로가 변화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읽다 보면 그게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는데, 좀 더 아이를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고, 믿어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얻게 된 팁 중 하나는, 흔히 아이에게 주는 허구, 추상화된 그림책보다는 실사 이미지 그림책이 더 좋다는 팁을 얻어서 좋았고, 아이의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들을 책으로 만들어 같이 본다는 팁도 너무 좋았다. 마침 맘스다이어리를 쓰고 있는데, 이게 완성되면 아이와 함께 보기 너무 좋을 것 같다!
이제 곧 아이가 걷게 되는 시기가 올 텐데 아마 그때가 되면 나는 좀 더 바빠질 것이다. 좀 더 과감한 시도들을 해볼 테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에서 본 이 단어를 떠올려야겠다.
위대한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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