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임신 중 코로나 확진 소식을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나처럼 막달 임산부는 출산 신호가 왔을 때 받아주는 병원이 없을까 봐 더 걱정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랬고, 남편과 나는 나름대로 조심하며 지냈다. 하지만 결국 남편이 먼저 확진되고, 나 또한 확진되었다.
남편의 확진
남편이 먼저 몸살 기운을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요 며칠 무리해서 그러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남편은 코로나 의심이 들었는지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해보았다. 결과는 음성. 다음날 출근하기 전에도 음성. 혹시 몰라 회사 앞까지 가서 가래를 뱉어 자가 키트로 검사해보니 두 줄이 나왔다. 바로 회사에 보고를 하고, 제일 먼저 문 여는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으로, 바로 약 처방을 받고 회사에서 필요로 한다 하여 pcr 검사까지 받고 왔다. 현재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바로 확진자로 분류되어 보건소에서 연락과 자가격리 통지서를 보내온다. 그날 저녁, 보건소에서 남편에게 확진자 자기 기입식 조사서를 작성해달라고 연락이 왔고, 동거인은 3일 이내 pcr 검사를 받고, 6~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를 받기를 권고한다(의무는 아니라고 한다)고 안내해줬다.
나의 pcr검사
남편은 pcr 검사를 받자마자 집에 와서 바로 격리했고, 나는 자가 키트를 해보았지만 계속 음성이 나와 친정으로 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잠복기일 가능성이 남아 있어 2~3일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남편의 pcr 검사 결과는 그날 저녁 통보되었고 역시나 양성, 그래서 나는 다음날 오전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증상도 없고, 자가 키트도 계속 음성이었다. 다음날 산부인과에서 출산 전 검사가 예약되어 있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코, 목, 가래 모두 자가 키트 검사를 해보고 있었으나, 음성이었다. 저녁 늦게 약간 목이 붓는 느낌이 나서 자가 키트를 다시 해보니 아주 희미한 두 줄이 나타났다. 다음날, 역시 pcr 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와서 나 역시 확진자로 분류되었다.
증상 1일 차
pcr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날 저녁 늦은 시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목이 아주 약간 붓는 느낌이 났다. 그 외에는 별 증상이 없었고, 자가 키트는 뒤늦게서야 아주 희미한 두 줄을 보여주었다.
증상 2일 차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살 기운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심하진 않아서 증상이 심한 남편을 챙겨주고 집안일도 할 수 있었다. 밤이 되니 몸살 기운이 좀 더 심해졌고, 약간 미열이 느껴졌다. 무조건 약을 안 먹는다 주의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안 먹으려 했고 따로 약 처방은 받아오지 않았다.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태아에게도 좋지 않다고 하여 혹시 열이 더 오르면 타이레놀을 먹으려고 준비해뒀다. 혹시 더 심해지더라도 비대면 진료로 약 처방이 가능했기에 일단은 약을 먹지 않고 있어 보기로 했다.
이날, 보건소에서 나에게도 확진자 자기 기입식 조사서를 작성해달라고 문자와 전화가 왔다. 보건소와 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전화 왔을 때 37주 임산부인데 혹시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매뉴얼 같은 게 있냐고 여쭤보았다. 따로 그런 것은 없고, 일단 다니는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먹을 수 있는 약을 물어보고, 혹시 응급 상황이 생기면 119로 전화해서 상담을 받으라는 답을 들었다. 보건소에 재택치료관리팀이 있지만 아무래도 전화통화가 쉽지 않을 것 같으니 119로 바로 전화해서 대응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과일 같은 거 잘 먹고 몸조리 잘하시라고. 결국은 119로구나. 제발 다 나을 때까지 출산 상황까지 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증상 3일 차
새벽에는 몸살 기운이 더 심해지고 열도 조금 더 났지만 고열까지 가진 않았다. 37.4도로 유지되었다. 고열은 아니었지만 온 몸에 근육통이 느껴졌고, 막달 임산부이다 보니 몸이 무거워서 더 힘들었다. 바로 누우면 허리가 아프고, 옆으로 돌아누우면 골반과 치골이, 앉거나 서면 아랫배가 아팠는데 평소보다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거기에 팔다리 근육통까지 있으니 너무 힘들었다. 밤새 남편이 물수건을 갈아주고 잠자리를 더 편하게 손봐 주었지만 끙끙 앓았다. 결국 타이레놀을 반으로 잘라 반 개를 먹고 다시 두어 시간 자고 나니 다행히도 한결 나아졌다. 남편은 계속 물수건을 갈아주고 따뜻한 보리차를 계속 입에 대주며 케어해주었고, 6시간쯤 지났을 때 다시 남은 반 개를 더 먹었더니 한결 증상이 완화되었다. 거의 두세 시간마다 깨면서 하루 종일 잤다. 식사는 본죽에서 죽을 배달시키기도 하고 국물 있는 밀키트를 시켜서 웬만하면 조금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했다. 아직 나는 인후통은 없어서 먹을만했다.
증상 4일 차
열도 떨어지고 근육통 증상이 없어졌다. 정말 살 만했다. 이대로 약하게 지나가는 건가 싶어 다행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인후통이 시작된다. 목이 조금씩 아프고 가래와 기침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이 오르고 근육통이 있을 때보단 괜찮아서 더 이상 약은 먹지 않았다.
증상 5일 차
코가 막히고 콧물, 기침, 인후통이 좀 더 심해졌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괜찮아졌다. 물도 못 삼키며 기침할 때 피까지 나왔던 남편에 비하면 나는 아주 양호하다. 나보다 이틀 먼저 증상을 보였던 남편도 이제 증상이 완화되어 인후통 외에 증상은 거의 없어져서 괜찮다고 한다. 아직 다 낫진 않았지만 이제 일반 코/목감기에 걸려있는 느낌이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미각이나 후각이 소실되었다는 후기가 있어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만 한창 증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편해졌다. 무엇보다 며칠 동안 둘 다 뱃속 아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태동도 계속 느껴져서 조금은 안도하고 있다. 다음 주 초음파를 보며 검사해보면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면 남편이, 모레면 내가 격리 해제된다. 해제되어도 바로 산부인과에 방문하기엔 좀 꺼려져서 다음 주로 예약을 옮겨놓았다. 둘 다 하루 이틀 더 푹 쉴 예정이다. 고생은 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가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고, 뱃속에 있는 아기가 별 탈 없이 있어준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더불어 한국의 배달 시스템에 너무 감사한다.
참고
혹시 임산부인데 검사를 받으려면 산부인과로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바로 약 처방을 받아오시길 추천드린다. pcr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가 걸리고 결과가 나오면 바로 자가격리라서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약을 가지러 다른 사람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타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이나 지인이 가까이 없는 경우 퀵서비스나 택배를 이용해 약을 수령해야 해서 번거로운 면이 있다. 타이레놀은 무조건 구비해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목이 건조하고 아픈데 우리 같은 경우 가습기를 켜놓고 이온음료와 한잔용 보리차 티백으로 계속 조금씩 마셨는데 도움이 되었다.
* 참고2
나도 그렇지만, 제일 큰 걱정이 뱃속 태아일 것이다. 참고로 나는 격리해제된 날로부터 이틀 뒤 신호가 왔고, 사흘째 되던 날 출산하게 되었다. 산부인과에 격리해제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가도 되냐고 먼저 물어보았고, 해제되었다면 괜찮다고 오라고 했다. 순산한 편이고, 아이도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 혹시라도 걱정에 잠 못 이룰 엄마들을 위해 후기를 조금 더 추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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