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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아카데미/개념정리

미국 부채 한도(debt ceiling) 조정 없으면 채무불이행? 그게 뭐길래?

by 세상읽는토끼 2021.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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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유예 조치가 만료되는 미국의 부채 한도에 대해 정말로 미국이 국가 부도라도 난다는 듯이 공포를 조성하는 글들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 부채 한도가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정말로 미국이 부도까지 날 것인지 생각해보자.


미국 부채 한도(debt ceiling)란?

말 그대로 부채 한도를 정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정부 즉, 재무부가 정부 기관이나 민간에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의회에서 제한하는 것이다.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제약이며, 쉽게 말해 대통령 마음대로 무한대의 금액을 빌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예산 지출은 별도의 입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평상시 부채 한도가 정부 재정 적자를 직접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한계로 정해놓은 선까지 도달해야 그 이상 추가로 대출 못 하게 막는 것이지, 그 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큰 의미 없다.

정해놓은 한도까지 도달하게 되면 비상조치에 들어가게 되는데, 보통은 이러한 비상조치 수단을 다 쓰기 전까지 의회에서 합의하여 부채 한도를 증액한다. 그렇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 즉 배 째라를 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미국의 부채 한도는 아래 그림처럼 계속 증액되어 왔다. 현재 기준은 22조 달러이다. 이 기준을 채운 것은 2019년 8월이며, 비상조치(세입, 세출 조절)를 취해 디폴트 상태를 미루고 있다. 현재 미국의 부채는 28조가 넘는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미국 부채 한도

2019년의 유예 조치

한도를 유예시켜줬기 때문이다. 유예 조치 동안에는 한도를 초과해도 재량으로 지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유예 조치가 이번 달 31일에 끝나게 된다. 그래서 이슈가 되는 것이다. 만약 이 유예 조치가 끝나고, 의회에서 부채 상한선을 다시 증액시켜 주지 않으면 미국은 추가로 대출해서 지출할 수가 없다. 즉, 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또 이미 6조가 넘어 있는 부채 수준을 기준에 맞게 맞추어야 한다. 대충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시기를 올 가을쯤으로 예측한다고 한다.

디폴트 사태까지 갈 뻔한 2011년

2011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부채 한도 증액 합의가 지연되어서 거의 채무 불이행까지 갈 뻔했던 사례가 있다. 부채 한도를 늘리는 것이 지연됨으로써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이 하향되었고(S&P* AA+ → AAA), 그에 맞춰 차입 비용(위험가산금리)이 증가하였고, 증시는 급락했다.

* 신용등급은 무디스, S&P, 피치 같은 신용등급 평가사들이 평가한다. 참고로 한국은 일본, 중국보다 상위 등급이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부채 한도는 계속 증액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콘텐츠들은 클릭수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부채 한도 상향 이슈를 가지고 미국이 채무불이행에 빠져 디폴트 선언할 수 있다고 공포가 조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과거에 지연되는 경우는 있어도 큰 무리 없이 한도는 계속 증액해왔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로 인한 특수 상황까지 겹쳤는데 말이다. 연준에서는 아직 경기 회복이 멀었다고 하고, 실업률도 감소하긴 했지만 아직 높은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회는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줄 선택을 할까? 다수당이 민주당인데도? 어렵지 않을까? 혹시나 오바마 때처럼 지연되더라도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 사람의 위대한 영웅보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나라이니까. 가뜩이나 경제지표들이 하나둘씩 힘을 잃어가고 있는데 우는 아이 뺨을 한 대 더 때릴까?

부채 한도 상향 이슈로 미국이 부도날까 걱정하기보다는 경기의 흐름, 혹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실적 등을 더 관심 있게 보고 자신의 투자 전략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작년 9월 이후 매수한 경기민감주는 철수하자는 계획에 변함이 없고, 채권 투자 또한 원래 계획대로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계획이다. 그래서 지금 내 포트폴리오는 경기방어주, 배당주(작년 저점에서 싸게 사서 배당주로 변모한 경기민감주도 포함)와 현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까지의 채권 가격은 위 부채 한도 이슈와 역RP로 인한 채권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되어 약간 사재기한 느낌이 있는 가격이다. 이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서비스 물가 또한 더 상승해 있는 2~3개월 뒤라면, 채권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기분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각대로 어느 정도 채권 가격이 하락해준다면 더 땡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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