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박한 남편 생일상

세상읽는토끼 2024. 12. 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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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남편 생일이자 동지. 육아로 쉴 틈 없는 하루하루여서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챙기고 싶어 소박하지만 따뜻한 밥상을 준비했다. 올해는 최대한 간단 버전으로… 이 와중에 동지팥죽도 내가 직접 만들어보려 준비한다. 액운을 막아달란 염원을 담아…(믿거나 말거나 ^^) 갑자기 부모님도 점심 드시러 오신다는 소식에 분주해졌다.

어머니는 항상 생일이 되면 커다란 조기 한 마리를 꼭 구워주셨다. 미역국+조기는 항상 빠지지 않았다. 남편은 생선보다는 육고기를 좋아해서 조기 대신 소불고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양념은 어제 만들어서 불고기용 한우를 하루 동안 재워두었다.


오전에 둘째 이유식을 먹이고 오전 육아 일과를 후다닥 끝낸 후 불고기에 들어갈 재료부터 썰어 재워둔 고기 위에 밀키트처럼 준비해 두었다. 국거리 한우를 참기름에 볶아 미역국도 바글바글 끓였다. 끓이고 보니 딱 4인분! ^^


잡채도 하면 좋았겠지만 도저히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아 패스.. 전을 좋아해서 전을 부치기로 했다. 복잡한 전은 못 하고 애호박과 가지로 간단하게 전을 부쳤다. 꼼꼼하게 부침가루를 묻혀서 계란옷을 입혔다. 색깔을 예쁘게 내보려 약불에 천천히 익혔더니 시간 소모가 꽤 된다.


그래도 둘째가 아빠 생일인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오늘따라 요리하는 동안 혼자 잘 놀아준다. 덕분에 요리에 속도가 붙는다.  얼마 전 부모님이 밭에서 캐다 준 달래를 꺼내 전에 곁들일 달래장도 만들어본다.


데쳐놓았던 브로콜리에 땅콩버터, 마요네즈, 꿀, 레몬즙을 넣어 새로운 메뉴도 탄생시켜 보았다.

그렇게… 소박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생일상 완성!


다행히 미역국이 맛있게 끓여졌다. 소불고기는 당면을 까먹고 마지막에 뒤늦게 넣었더니 당면을 익히느라 조금 아쉽게 되었다.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나마 둘째가 오늘따라 혼자 놀아줘서 이만큼 했다. 허허…

오후에는 간식으로 잣을 올려 동지팥죽을 한 그릇 먹였다. 뿌듯하다.


아차차, 케이크가 빠지면 안 되지!


정신없는 하루가 순식간에 저물어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아, 오늘 동지였지!

힘들긴 했지만 이런 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힘내서 움직이게 된다. 겨울인 데다 요새 경기도 안 좋아 바깥세상은 쌀쌀하지만 내 집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모두가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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