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자연주의 이유식 | 김수현 -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세상읽는토끼 2024. 11. 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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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이유식


한 손으로 안고 서서 나머지 한 손으로 겨우 내 밥을 챙겨 먹던 것도 잠시, 어느새 훌쩍 컸다고 엄마 밥 먹는 시간을 기다려준다. 물론 여기에는 유모차의 공이 크다. 갈수록 늘어나는 체중에 팔과 어깨가 아파오자 잠시 내려놓을 곳이 필요했다. 아직 앉지 못하는 아기이기에 창고에 있던 휴대용 유모차를 꺼내 눕히다시피 앉혔다. 처음에는 이것도 통하지 않았지만 몇 번 시도해 보니 곧잘 앉아있어 밥 먹을 땐 유모차에 앉혀 옆에 두었다. 흡사 유튜브 먹방 보듯이 말똥말똥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부부를 쳐다보는 아기가 참 귀엽다며 웃으며 식사했다. 그러던 아기가 근래 약간 쩝쩝거리는 게 보인다. 이제 곧 4개월, 이유식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첫째 아이 때 이유식을 잠깐 밖에 하지 못해 처음이 아님에도 약간 막막하다. 그래서 이유식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 권은 도서관에 예약해 뒀고, 기다리는 동안 리디북스에 찾아보니 자연주의 이유식이라는 책이 있다.

‘오, 제목이 뭔가 마음에 든다!’

나는 아마 이유식 레시피 이런 책을 찾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뭔가 내가 찾던 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읽게 되었는데, 이유식의 목적이 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유식의 목적

흔히 6개월이 지나면 모유에 철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이유식을 꼭 시작해야하고, 소고기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영양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은연 중에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유식은 영양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양을 먹여야 하고, 다양한 레시피로 다양한 재료를 먹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유식은 아기가 모유나 분유 같은 유동식에서 성인들이
먹는 밥과 반찬을 잘 먹기 위해 훈련을 하는 시기이다. 더불어 밥을 먹는 습관을 기르는 시기이다. 씹고 삼키는 연습을 해야 하며, 새로운 음식의 맛, 냄새, 질감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모두 성장하는 시기인 것이다. 정해진 권장량을 꼭 먹여야 한다며 잘 안 먹는 아기에게 억지로 먹여가며 엄마와 아기가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새로움을 느껴가며 연습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유식을 할 때 중요한 것

사실 레시피는 간단했다. 점차 입자감을 늘리면서 다른 재료들은 최대한 찌고, 삶고, 데쳐서 주는 것! 간은 최대한 늦게 시작하고 소량만 할 것! 이 기본 원칙만 지키면 된다.

정작 어려운 것은, 아기에게 뭐가 좋은지 아니, 뭐가 나쁜지를 잘 알고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이다. 그에 관한 것을 읽다 보니 이건 이유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습관에도 적용되는 것들이었다. 아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가공 식품을 멀리하고,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

알면서도 참 지키기 어려운 것들 아닌가. 요즘 읽고 있는 초가공식품과도 맥이 닿아 있는 내용들이라 고민이 많아졌다. 단순히 영양적으로 만족시켜 줄 이유식을 생각하다가 근본적으로 우리의 식습관까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결국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파이팅 스피릿이 가득 차 오르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을 100%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다시 되새겨보고 잘 적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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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그리고 기억에 남길 것

  • 이유식 양은 정해진 양 만큼 먹일 것이 아니라 아기를 사랑과 관심으로 잘 관찰하고 아기에게 맞출 것
  • 이유식이라고 무조건 부드러운 음식이 좋은 것이 아니다. 현미처럼 조금 거친 음식이 아기의 건강에는 더 좋다.
  • 요리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영양소는 파괴되며 고유의 맛은 사라진다. 찌고 삶고 데치는 것이 기본! 이는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도 편해지는 길이다.
  • 충분히 먹여 위 용적을 차츰 늘려나간다.
  • 아기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 삶의 의욕과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빵, 과자에 있는 단순 당보다 자연 상태의 복합 당분을 섭취하게 해서 음식이 으깨지면서 나오는 단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기, 계란 흰자, 우유는 최대한 늦게 먹이자. 아직 단백질을 최소 단위 아미노산으로 소화시키기에는 위가 미성숙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 단백질 과잉이 좋은 것이 아니다.
  • 가공 기름을 먹이지 말자. 어떤 지방을 먹이느냐는 뇌발달을 포함,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가장 좋은 지방은 곡식이나 씨앗 같은 음식 자체에 있는 지방이다.
  • 많이 먹으면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의 기준은 섬유질의 유무에서 찾을 수 있다.
  • 가공, 보존, 유통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이 들어간 가공식품들을 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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