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웠는데, 동생에게 톡이 왔다. 같이 경제 공부를 해보자 해도 일단 내가 말하면 관심 없는 동생이다. 요새 다시 코인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음은 익히 알고 있었다. 도지코인이라... 스펠링을 거꾸로 하면 E-GOD이라며 일론 머스크가 인터넷의 신이라고 불렀던 그 코인이 아닌가.
먼저 편견이 가득한 글일 수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나도 2017-2018년에 걸쳐 이미 이더리움 거래와 채굴도 해봤고, 신생 코인 ICO도 참여해봤다. 블로그 html도 잘 모르는 내가 당시 좋은 기회로 블록체인 강의에 참여해서 직접 블록체인으로 거래되는 코인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인력양성교육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 개발자 분들도 많이 들었었고, 나 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블로그를 했었다면, 그 강의 리뷰를 했을 텐데. 정말 좋은 강의였다.
2017-2018년만 하더라도 ICO에 참여하려면 '백서'를 열심히 읽고 투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투기라고들 했었다. 그 교육을 듣고 나서는, 오히려 신생 코인 ICO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게 되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 아무리 '백서'를 훌륭하게 써놓았던들, 현재 흔적도 없이 사라진 코인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도지코인은 2013년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암호화폐 시장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장난식 코인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백서 따위 있을 리가. 거기다 도지코인은 무제한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모두 필요 없다. 2017-2018년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고, 미래의 화폐가 어떻고, 달러의 미래가 어떻고 등의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의 시장 참여자들은, "나도 알아. 가치도 없고 도박이란 걸. 그래도 가격이 오르잖아. 화폐 가치가 똥인걸. 이럴 때 벌어야지."라고 말한다. 위와 같은 그래프를 보면,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아무도 도지코인의 전망 따위 진심으로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600억 벌어서 인출도 다 할 수 없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왔다.
한 다리 건넌 지인이 요새 읽고 있는 책이라며 공유해주신 부분이다.
이렇게 해서 도래한 '황금광시대'에는 "전에는 광산업자라고 하면 미치광이로 여겼지만, 지금은 금광을 하지 않는 사람을 미치광이라고 부르게"되었던 것이다. 조선인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돈을 모으는 방법으로는 안 되고 "일확천금을 노려야 한다. 만금을 쥐어야 한다. 그러자면 광산이다. 광산만 제대로 만난다면, 단박에 어렵지 않게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해서 금광 찾기에 덤벼든 것이 '금광광'이었다.
- 강상중, 현무암,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p.86-87
무려 1930년대의 조선 이야기다. 글쎄, 금광이라는 단어만 코인, 주식, 부동산으로 바꾸면 2021년 어느 때의 기사이려나?
금광 열풍은 전염병처럼 신분이나 연령, 성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을 추구하는 긴 행렬에는 모든 계층의 군상이 섞여 있었다. 노동자, 농민, 자본가는 물론이고 민족이나 국가, 이념만이 전부였던 것 같던 지식인까지. 청진기를 내던진 의사나 법복을 벗어버린 변호사의 뒤를, 펜을 놓은 작가나 전향한 사회주의자가 쫓아가고 있었다.
- 강상중, 현무암,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p.86-87
그냥 동생한테 맞장구 쳐줘도 좋았을텐데, 난 또 어디서 본 게 있다고 "금광에 금 찾으러 따라가기보단 금광 찾아 떠나는 사람들한테 곡괭이랑 청바지를 어케 팔아먹을지 고민하는 게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킴"이라는 답톡을 조언이랍시고 보냈다. 어쩔 수 없다.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 이 도지코인에 대한 글은 사실 내 책 리뷰에서부터 시작된다. 뉴욕주민님의 『디 앤서』 책을 며칠 전 다 읽고, 오늘 인덱스 붙여놓은 부분을 다시 살펴보고 있었는데, 어젯밤 동생이 보냈던 톡이 생각난 것이다.
"최악의 대출은 시장의 최고점에서 만들어진다." 시장의 정점에서 이루어진 대출은 파괴적 창조다. 원래 쉽게 번 돈일수록 파괴력도 강한 법.
- 뉴욕주민, 디 앤서, p.32
2008년 금융 위기에서 구조화 금융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2008년보다 훨씬 더 많이 유동성이 풀린, 아니 풀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언젠가, 누군가는 이 대가를 다 치를 텐데 누가 다 치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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