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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베싸육아 | 박정은 - 나의 육아 원칙은 무엇인가

by 세상읽는토끼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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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하게도, 난 육아를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육아서적이나 육아 자료를 찾아본 것도 최근의 일이다. 아마 타고남의 부분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최근 육아 서적들을 읽으면서 육아도 공부해야 함을 깨달았다. 공부하지 않으면 육아를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수많은 카더라에 흔들리지 않고 내 생각대로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유튜브에서 베싸TV를 운영하고 있는 베싸님의 정보들은 나에게 잘 맞았다. 채널의 캐치프레이즈는 공부하는 엄마의 근거 있는 육아정보인데, 그에 걸맞게 부모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논문에서 근거를 찾아 정보를 제공한다. 바이링구얼 책을 먼저 접하고, 책이 꽤 괜찮아 베싸육아라는 책까지 읽어보게 되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실제로 아이를 양육하면서 저자가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면서 시작된 여정이라 의사들이 써놓은 육아서적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실제로 책 중간중간 첫째 다미와의 육아 에피소드들을 담아 놓아서 읽는 재미도 있고, 도움도 된다.

다만, 베싸TV나 베싸육아 책을 보면서 베싸님을 워너비로 삼는 것은 좀 곤란하다. 저자도 그런 걸 원치는 않을 것 같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저자가 제공하는 양질의 정보들을 보고, 자신의 육아 원칙을 세워서 긴 호흡으로 육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엔 저자가 제공하는 정보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아이한테 말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는 것 같고, 자신의 커리어도 만들어가고, 영어도 잘하고 여러 면에서 유능할까, 부럽다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커뮤니티 공간에서 보이는 베싸님의 육아 모습을 보면 그저 자기 일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엄마에 불과하다. 긴 가정보육이 좋다고 하지만, 자신의 사정에 맞춰서 14개월인가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고, 본인은 요리에 자신이 없고 일이 좋기 때문에 이유식은 사서 먹인다. 그 외에도 자신이 세운 육아원칙에서 중요한 것에는 힘을 주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힘을 빼면서 자신의 상황과 스타일에 맞춰서 육아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욕하기도 하던데, 내가 느끼는 건 이 저자는 메타인지가 참 뛰어나구나였다. (그래서 서울대인가..)

책 구성

언제나 결론부터 제시하는 저자의 스타일답게 책 또한 맨 앞에 제일 중요한 내용을 실어놓은 것 같다. 육아를 함에 있어서의 대원칙에 대해 서술해 놓았다. 이후에는 수면, 수유, 훈육 등 아기 케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근거를 들어 팩트 체크한 내용 순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후 내용들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나에게 제일 큰 울림을 준 건 첫 번째 섹터 육아 대원칙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육아가 어떤지 생각해 보았고, 어떤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서 챙겨야 하는지 등 긴 호흡으로 큰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만 3세 이전 생애 초기 시기의 중요성

흔히 36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하면 좋다고들 한다. 맞벌이 때문에 1년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엄마들도 많지만, 이 말 때문에 너무 힘든데도 가정보육을 하는 엄마들도 있다. 뭐가 맞을까? 그리고 가정보육만 하면 되는 걸까? 이게 대표적으로 잘 알고 본인이 중심을 잡아야 할 부분이다. 왜 가정보육을 하면 좋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하고, 그 이유와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기관에 보낼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36개월 이전에 기관에 보낼 것인지의 여부는 큰 가지의 일부분일 뿐이다. 큰 가지는 만 3세 이전 시기의 중요성이고,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3세 이전의 육아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내 생활에서 내가 내려놓을 것들을 몇 가지 정했다. 제일 먼저 내려놓은 것은 집안일이다. 가끔씩 가사도우미를 부르긴 했는데 아예 정기적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이유식을 때로는 사서 먹이기로 했다. 이유식도 정기배달을 하려다가 막상 사서 먹어보니 내가 만든 것보다 맛이 없는 데다 점차 자기 주도식을 늘려 갈 것이라 종종 만들어 먹이기 바쁠 때만 배달 이유식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최대한 가정보육을 오래 할 생각인데 나에게도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가끔은 시터도 활용할 생각이다. 웬만하면 집밥을 해 먹고 싶지만 반찬가게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런 것들을 좀 내려놓고 아이가 좀 클 때까지는 아이와 우리 가족에 집중하면서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가볼 생각이다.

보통은 아기 어릴 때 돈을 보아야 된다, 나중에 사교육비 많이 드니까 돈 모으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렴풋이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저자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돈을 아껴가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생애초기 3년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효율이 높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가사도우미든 시터든 돈을 들여 도움을 받고, 그만큼 내가 아이를 더 정성껏 돌봐줄 수 있으면 오히려 긴 호흡으로 나중까지 생각했을 때 우리 가족을 위해 더 가성비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보며 어느 정도 공감했다. 육아를 해보니 아이를 잘 관찰해서 환경설정을 해주기 위해선 시간적, 심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발 물러서서 아이를 볼 수 있는 여유, 그것 말이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의 정서와 교육(놀이)을 잘 챙겨주면서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클 수 있게 도와주고 결국 독립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 커서 사교육을 들이부어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 말이다. 특히 “저는 육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 가족의 앞으로 10년, 20년 중에 ‘지금’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심사숙고합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육아서를 읽으면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육아서적에 나온 대로 하면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듯 내가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든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는 타고난 기질과 성향, 유전적인 면이 있다. 굉장히 크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유아서적대로 한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 창의력 있는 아이 등 아이를 내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없다. 내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만들어간다기보다, 내 아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육아서적들을 활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육아

전반적인 나의 육아에 대해 돌아보았다. 결론은, 나는 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를 유심히 관찰해서 아이에 맞춰 육아를 하되, 아이가 우리의 삶에 녹아들 수 있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억지로 울리는 수면교육 없이 수면도 안정시켰고, 이유식도 꽤 안정적으로 해내가고 있다. 최근 아이와 부모님과 다 함께 뷔페에서 식사를 한 것은 나에게 꽤 큰 뿌듯함을 줬다. 거기다 어젠 이제 막 9개월에 들어선 아이가 스푼을 스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 나름의 육아방식이 우리에겐 잘 맞다고 생각이 되며, 저자가 제공하는 정보들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 정보대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정보대로 되지 않는 육아라고 해서 스트레스받거나 위축될 필요도 없다. 그저 바람직한 방향은 이렇구나를 알고, 내 상황과 능력, 무엇보다도 내 아이에 맞춰서 육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를 관찰하고 부모 또한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일이다.

저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콘텐츠들을 보다 보니 몇 년 전부터 하정훈 소아과 의사와 뭔가 이슈가 있는 듯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저자끼리 무슨 일이 있다기보다(저격 콘텐츠도 있는 것 같긴 하다만..) 콘텐츠 내용이 충돌이 되는 게 있는지 정보 소비자들 입장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 같았다. 나도 하정훈 의사의 콘텐츠도 종종 보곤 하는데 이런 논란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나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구나’였다. 하정훈 의사도, 베싸도 그저 하나의 정보제공자일 뿐이다. 논문 또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과학적인 부분은 실험설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정보들을 보고 주체적으로 생각해서 내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내 몫이다.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서, 의사라고 해서 그 사람들의 모든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떠넘겨선 안 된다.

하정훈 의사는 육아를 공부해서 할 필요 없다고 본능적으로 아기는 아기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어떻게 할지 안다고 하는데, 나도 그 부분에 동의한다. 하지만 육아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타고남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환경설정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고 생각보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어릴 적 상처받으면서 상처인 줄도 모른 채 자란 사람들이 많다. 부모 모두가 바람직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육아서적을 보며 참고하면 바람직한 환경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고, 이를 육아에 접목시킬 수 있다. 물론 과하게 빠져드는 것은 좋지 않지만 말이다.

이를 테면, 나는 몬테소리 육아에 대해 잘 몰랐다. 어릴 적부터 들어봤던 것이긴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이번 계기로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몬테소리 육아를 하겠다고 덤빈 것은 아니고, 아이가 어렸을 때 일상생활 전반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좀 더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장려하고 있다. 비싼 몬테소리 교구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탐색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정리된 집안 환경을 만들어주고, 스스로 자조 활동을 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것이다. 원래 내 육아스타일과도 맞았지만, 좀 더 내 방식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내 방식대로 하기 위해 좋은 방법들이 있다는 새로운 팁들도 얻을 수 있었다.

아무튼, 내 육아는 꽤 순항 중이다. 그리고 베싸육아 책을 보면서 내 육아를 한 번 더 돌아봤고, 좀 더 긴 호흡으로 우리 가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육아 방식을 점검해 보았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나에게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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