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아기의 향후 공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읽은 것은 아니고, 최근 이중언어에 대해 알아보다가 알게 된 조지은 교수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10세 이전에 뭔가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 책을 쭉 읽다 보면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10세 이전에 공부를 시키기 위해 아이의 잠재력을 누르지 말라는 내용에 가깝다. 육아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인가,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전반적인 방향성이 내가 생각한 바와 같아서 공감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공부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은 아이가 언어로써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이는 나를 놀라게 했다. 어릴 때 영어를 잡아놔야 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비롯한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뿔싸, 그런 이유로 그 어린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낸단 말인가.
먼저, 지금 자라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필요한 공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챗gpt는 시작일 뿐이다. 각종 인공지능과 알고리즘들에 의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공부에 물음표를 던질 것이다. 이점에 대해 조지은 교수가 잘 설명해 놓았다. 그동안 우리가 교육받고,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바라던 것은 ‘표준화’와 ‘평균’이었다. 그렇게 해서 줄을 세우고 최종적으로 다다를 곳은 소수의 전문직과 대기업이었다. 이를 위해 현재의 행복이나 즐거움, 취미 등은 후순위로 돌리라는 무언(?)의 압박을 많이 받는다. 더군다나 그렇게 해서 모두가 원하는 자리라는 곳에 다다른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채 소비로 즐거움을 느끼며, 자기 아이들에게도 비슷, 아니 더한 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적잖이 보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얘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미 사회는 그게 최고인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취미가 업이 되기도 하고, 소수의 팔로워만 있어도 먹고 살 만큼 벌 수 있는 시대이다.
“빨리빨리 정보를 전달하는 암기식 교육을 버리고 아이들이 관찰과 이해, 질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책상 앞에서 홀로 외롭게 버티는 공부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창의력 교육과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감성 교육이 필요한 때다”
홀로 외롭게 버티면서 옆에 있는 친구마저 경쟁자로 돌리는 교육, 그게 과연 맞는 걸까? 앞으로는 이게 맞는지 더더욱 물음표를 많이 던져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나 시험보다 아이에게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남들보다 빨리빨리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공부를 뒷전으로 놓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한다고 해서 공부의 필요성이 없어지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상에 앉아 누구보다 앞서기 위한, 줄 세우기에서 앞에 서기 위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공부 말이다. 그래야 대학입학이나 취업이 목적지가 되어 목적지에 다다르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 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여기서 이런 키워드들이 튀어나온다. 부모와의 상호작용, 기다림, 질문, 독서,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 키워드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그만큼 상식적이지만 그만큼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일단 남과의 비교,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보자. 그리고 내 아이를 관찰하자. 무언가 동떨어져 있는 키워드이지만 다 연결되어 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고 해서 꼭 옳은 길은 아니다. 살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모두가 다 가는 길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한테 맞고 옳은 길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서 물음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내가 하려다가도 남들이 다 한다고 하면, 혹은 요즘 이게 유행이라고 하면 잠깐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도 생겼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 볼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이다. 아이와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것을 알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보다 더 바쁜 일들을 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아이와 부모인 우리 부부의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고작 10년 남짓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바쁜 일과 경쟁, 비교에 치여서 정작 중요한 것을 많이 놓치고 사는 것 같다.
취미
“한국 아이들은 피아노를 배울 때 항상 체르니 몇 번까지 배웠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나는 영국에서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때 바이엘, 체르니 등의 진도를 언급하는 대신 좋아하는 곡, 작곡가,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게? 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나도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체르니 30번인지, 100번인지 진도를 체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취미로 직장인 밴드에서 건반을 치고, 기타를 배울 때는 그런 진도 체크는 없었다. 어떤 곡을 할지, 어떤 곡을 연습해서 할 수 있는지, 그 곡을 하기 위해서 뭘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지, 다른 악기들과 어떻게 맞춰야 할지에 대해서 즐겁게 얘기하고 고민하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이들이 배움의 결과보다 배움의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찾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는 독서 같은 몇몇 바람직한 취미 외에는 나중에 대학 가고 해도 된다는 말로 모두 후순위로 밀렸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일 또는 공부와 취미의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미를 뒤로 미루기만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즐거움을 느끼는지도 모르는 채 삶에 끌려가기만 한다.
실수와 실패
“무엇을 공부하든 처음에는 착각하고 틀리고 실수한다. 아이가 어려움 없이 배우기를 기대하며 미리 전전긍긍하지 말자. 아이들에게 실수가 당연한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알려줘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어릴 때 실수하는 것은 정말이지,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는 재수를 하는 것이 정말 큰 일인 줄 알았다. 1년 더 공부해서 1년 늦게 대학에 들어가면 정말 많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1~2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실수하거나 잘못했으면 다시 해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 보고 고쳐서 다시 해보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한 방에 성공만 하면서 살 수 없다. 어릴 때 하는 실수는 당시에는 커 보여도 그 과정에서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커서 하는 실수와는 무게가 다르다. 더군다나 어릴 때는 부모의 울타리도 있다. 아이들이 실수하고 스스로 깨닫고 다시 시도해 볼 수 있게 부모는 기다려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뿐이다. 사람에게 실수는 당연한 것이니까.
실패한 사람의 95%는 진짜 실패한 게 아니라 단지 도중에 포기한 것이라고 한다.
여러 번 실수하고,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된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든든한 마음속 지원군이 되어주고, 연습을 할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인생은 어떤 목표에 실수 없이 빨리 도달하는 게 아니라, 실수나 실패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자신의 속도로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꼬리표
“자기 자신에게 붙이는 꼬리표의 수가 많아질수록 멍청해진다.”라고 표현했다. 부모는 아이를 대할 때 아이 자체를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자라서, 남자라서, 수줍음이 많아서, 집중을 못해서 등의 수식을 되도록 지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소개할 때 아이가 자신에 대한 수식을 듣고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의도치 않게 부모가 아이를 틀에 가두는 경우가 많다. 신의진 교수는 창의력이 가장 잘 발달할 3~6세에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쳐 주는 것 또한 아이에게 일종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한다. 영재, 천재 같은 꼬리표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것보다 본문에 나와 있듯이 부모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이를 소개하거나, 아이에게 무심코 하는 말들로 틀에 가둘까 걱정이 된다. 나 또한 그런 틀에 조금은 갇혀 있었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를 더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하게 한다. 그저 많이 읽는다고 다가 아니다. 저자는 독서를 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 읽기 또한 소비 행위이다. 그저 읽기만 해서는 정보를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책과 소통을 해야 생산적인 책 읽기가 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이나 읽은 후에 아이가 생각할 시간이 꼭 있어야 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또한 좀 더 적극적인 책 읽기를 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웠던 관점은, 책 또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독서를 최고 좋은 수단이라고 배타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인터넷, 영상, 인공지능 등 많은 정보 수단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는 게 조금 신선했다. 맞는 말인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책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자문해 본다.
이중언어
요즘 바이링구얼에 대해 알아보면서 내가 한국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한국어를 쓰는 게 당연하지만, 다시 말해 모노링구얼 사회가 당연했지만, 사실 세계에서 한국 같은 겅력한 모노링구얼 사회가 드물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길 바라며 영어공부를 하고, 또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한다. 저자는 ‘원어민’이 누구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물음표를 던진다. 흔히 생각하는 미국인과 영국인이 원어민일까? 미국과 영국도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영어를 쓰면서 살아간다. 더군다나 미국인과 영국인의 언어로써의 영어였던 시절은 지나갔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다양한 억양과 발음을 가지고 소통한다. 미국인과 영국인에 한정해서 이들만을 우상시하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아이의 이중언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히 학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영어공부 때문은 아니다.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한층 더 다채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 망할 것인가?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사회가 유지되려면 외국인의 유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내 아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나는, 아이가 최소한의 선입견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소통에 어려움이 없이 살아갔으면 한다. 사고가 유연했으면 좋겠고, 사람의 겉모습만으로 생각을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또, 무엇을 하더라도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무대가 넓어진다. 일례로, 한국어로만 유튜브를 시작해 보는 것과 영어로 시작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지금 자막 기능도 좋고, 앞으로 동시번역도 적용되겠지만 스스로 영어를 잘 사용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또 정보를 찾아 가공하고 사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뭐, 여의치 않아 나중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생각하게 되더라도 언어가 걸림돌이 되진 않았으면 하고, 옮겨 간 그 사회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선입견 없이 잘 어울리길 바란다. 그곳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같이 사용된다면 그 언어를 배우는 것에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이 즐겁게 습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어 또한 수많은 언어 중에 하나일 뿐이니까 영어에 갇힐 필요도 없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이중언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조지은 교수의 이중언어 이야기는 나의 눈에 쏙쏙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조지은 교수의 말대로, 나는 아이의 영어가 시험의 고리에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통의 도구로써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 좀 더 확장하자면, 언어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을 시험과 연결시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심심함에 대하여
‘물 건너온 아빠들’에서 방송인 알베르토는 스마트폰이 없어 심심하다는 아들에게 “심심할 땐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돼.”라고 말한다. 이어서 “심심할 때 뭐 하지? 생각하다가 결국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게 되는 거야. 심심해져야 알 수 있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의 놀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심심함 또한 필요하다. 이를 잘 표현해 놓은 부분이 있어 갈무리해 놓으려 한다.
그래서 결론은,
이 책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줘야 할 것은 아래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학습 동기의 동력으로 삼는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땔감만 제공하는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 고비가 있다. 그때마다 부모가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둥지 밖으로 날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건강하게 홀로 설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끊임없이 믿고 사랑하고 격려하는 것. 그게 다다. 이후에는 각자의 역량에 맞게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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