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고시라는 말이 생겼다. 7세 고시라는 말이 요즘 새로 생긴 것이지,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일이다. 강남 대치동 일대에서 유행하던 과도한 선행학습들… 대치키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 과도한 선행학습들이 어쩌다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많은 부모에게 확대되어 유행이 되었는지… 제삼자의 입자에서 보면 그냥 봐도 아동 학대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데 자기 자식의 일이 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걸까? 이런 시류 속에서 놀이의 반란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최근 출판된 책이 아니다. 초판이 2013년이다. 그럼에도 요즘 이슈가 되는 문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놀이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12년이 지난 책인데 말이다. 그때보다 사회적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런 깊은 담론으로 들어가기보다 난 내 아이에게 집중해보고 싶다. 난 그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삶을 아주 조금 경험해 봤을 뿐이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은 그저 남보다 공부를 좀 더 잘하고, 좀 더 빨리 앞질러 나가는 것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시키는 그대로 충실히 정규과정을 남보다 앞서가며 줄 세우기에서 앞에 서면 결국 몇몇 소수를 제외하곤 남의 일꾼이 될 뿐이다.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남의 일꾼이 되어 충동적인 소비를 하며 인생의 시계를 흘려보낸다. 그렇게 살기보다는 난 내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고, 자신의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그걸 온전히 느끼면서 살 수 있길 바란다. 그저 바람일 뿐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영유아시기의 놀이는 아이가 평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이란 무엇인가?
지금 부모가 되고 있는 20-40대 사람들 중에 부모와의 놀이 기억이 많고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고,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언제부터인가 맞벌이는 필수로 자리 잡았고 그러면서 사교육 또한 동시에 늘어났다. 부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식과의 놀이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아이들과 놀아주면서도 이게 맞는 건지 아리송하다. 그럼 진짜 놀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말한다. 진짜 놀이는 아이가 놀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그 놀이에 특별한 목적이 존재하지 않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이런 진짜 놀이를 위해서는 아이를 놀이를 통해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놀이에 부모가 동참하되, 아이를 존중하며 부모 역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착각한 부분을 여기서 깨달을 수 있었는데, 보통 엄마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였다. 바로 학습이다. 놀이를 통해 학습을 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놀이를 하며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게 놀이의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 하지만 이건 진짜 놀이가 아니라고 명확히, 여러 번 지적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결국 놀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는 자기가 시작하고 자기가 끝을 낼 수 없을 때, 그것을 놀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놀이는 아이가 그만두고 싶을 때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학습의 도구로 놀이를 이어가게 되면 그날 학습량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엄마는 조금만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고, 행동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또 책에서 제시하기를, 부모가 ‘이번 주에는 뭘 하고 놀아줘야 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놀고 싶어 할까, 어디를 가야 재미있어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아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는 것이다. 교사와 함께하는 실험도 있었는데, 같은 놀이더라도 아이들이 선택해서 그 놀이를 할 때와 교사가 이 놀이를 하면 어떠냐고 권유해서 그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의 집중도와 지속성은 차이가 났다. 그만큼 주도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영유아기에 있는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상호작용이다. TV나 스마트폰이 배제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스킨십을 하는 것 말이다. 흔히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양보다 질이라고 하는데,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짧더라도 이 상호작용이 충분하게 되는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인 것이다.
놀이의 효과, 이점
영유아기의 놀이의 이점은 사실 책 한 권으로 써도 모자랄 것 같다.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 안정은 물론이고, 이 시기의 놀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응 속도나 업무능력, 리더십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놀이를 많이 해본 사람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도 덜 느낀다고 한다. 이미 놀이를 통해서 스트레스 없는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해 봤기 때문이라고. 이런 놀이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7세 고시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선행학습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부모들, 정말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어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놀이태도는 곧 양육태도?
몇 가지 실험으로 여러 부모와 아이들을 관찰하며 부모의 놀이 태도를 살펴본 일화도 함께 실려있다. 부모 주도로 놀아주는 부모,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 같지만 이미 선택지를 하나 밖에 안 주면서 부모가 주도하는 부모, 정말 아이 주도로 놀아주는 부모가 있었다. 언뜻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 같으면서 부모가 주도하는 부모가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와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보다 ‘어떤 태도로 아이랑 놀이를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먼저 해야 하라고 한다. 또 이 놀이태도는 양육태도와도 일치한다는데 아이의 놀이를 존중하고 부모의 놀이성 역시 좋다면 아이의 삶을 존중하는 좋은 양육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놀이에서 학습을 유도하거나 부모 주도적인 놀이만 하는 경우는 양육에 있어서도 과잉보호를 하거나 과잉통제를 하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금 뒤처져도 괜찮아!’라는 긍정적인 생각, 양육방식에 대한 확신,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불안해하지 말자.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부모가 생각하는 대로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연령별 뇌 발달 특징과 놀이
생후 24개월까지
시각, 청각과 같은 오감이 발달하고 감정, 논리, 운동발달 등 뇌가 전반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는 오감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탐색하는 시기다. 입에 넣고, 만지고, 던지고, 흔들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도 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생후 48개월까지
뇌가 가장 활발하고 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뇌가 가장 발달한다고 해서 이를 학습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놀이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고 상호작용이 잘 되어야 한다.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는 시기이고, 피상적으로 기억하는 지식과 실제적인 경험이 합쳐지는 시기다. 그래서 자연을 직접 보여주거나 연극, 공연, 전시회 등 다양한 분야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며 느끼게 된다.
48개월 이상에서 만 6세까지
뇌가 어느 정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시기다. 그렇다고 무리한 선행학습을 하거나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두엽이 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시기로 놀이를 통해 창의력, 상상력, 집중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역할놀이가 이 시기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다. 역할놀이를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또 협동놀이가 가능해진다.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간다. 또한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힘도 생기는 시기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게 된다.
만 6세 이후
한글, 영어 등의 언어 교육은 측두엽과 두정엽이 빠르게 발달하는 만 6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최소 만 5~6세 정도가 되어야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 등이 발달할 수 있고 이 시기가 실질적인 학습을 시작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다.
놀이만큼 중요한 부모 대화법
아이의 말을 귀담아듣고, 아이가 사용한 단어를 살짝 바꾸어 말하면 아이는 자기가 느끼는 것을 부모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말에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의 행동, 말, 감정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고 한다. 확실하고 침착한 태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좋다.
좋은 장난감이란?
장난감을 봤을 때, ‘이것을 가지고 **을 할 수 있겠다’라고 딱 떠오르는 장난감은 좋은 장난감이 아니다. 개방적인 놀잇감이 좋은 장난감인데, 이 말인즉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말한다. 책에서 예로 들어준 것은 밀가루 반죽, 물, 모래, 흙이다. 멋진 로봇을 본 아이들은 흥미로워하고 좋아하지만 이내 흥미를 잃어버린다. 재활용 폐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지고 놀다가 함께하는 놀이로까지 발전시켰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숫자를 배우고 글을 깨우치는 것이 아니다. 놀이를 통해 스스로 삶의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고 깨우치는 것이 바로 진짜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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