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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첫 1년 움직임의 비밀 | 마리안 헤름센-판 완로이

by 세상읽는토끼 202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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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뒤집기나 터미타임을 잘 못한다며 큰일 난 것인 양 훈련시켜 줘야겠다는 말을 종종 본다. 발달이 늦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아기가 스스로 깨쳐야 할 것들까지 부모가 개입해서 알려주려 하고 서둘러 가려한다. 그런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더불어 소아 재활에 몸 담으려고 공부하는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가 처음에 병적 양상을 공부하기 전에 가볍게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아기가 태어나서 신생아 때부터 운동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되어 있다.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되어 있어 가볍게 읽어 내려가기 좋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서문에 보면 보이타의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고도 적혀 있는데 그만큼 체계적으로 그러나 쉽고, 직관적으로 아기의 움직임을 순서대로 잘 서술해 놓았다. 내가 예전에 소아 물리치료를 배우면서 보이타 접근법을 배운 적이 있어 한층 더 쉽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신생아 때 좌우로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18개월까지 개월수가 찰수록 손과 발 만지기, 뒤집기까지의 과정 등을 사진으로 보다 보면 우리 아기가 거쳐왔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하나하나 새로운 걸 시도하고 해내는 것을 볼 때마다 느꼈던 행복감과 함께.

하지만 읽어 내려갈수록 반성도 같이 따라왔다. 아기들은 스스로 근육을 균형적으로 발달시키고 원시반사들은 하나둘씩 통합시켜야 한다. 3-6개월 동안 아기 스스로 깨치고 순서대로 익혀나가야 할 발달단계들을 나도 모르게 뛰어넘도록, 원시반사는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기가 재밌어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할 때 아이 혼자 두기 좋다는 이유로 말이다. 대표적으로 졸리점퍼 태우기, 팔 당겨서 앉히기, 앉혀두기, 세워주기, 걷게 하기 등이다. 지금은 바닥에서 놀지 않고 보행기를 타고 뛰어다니고 내가 앉혀주면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때문에 바닥에서 뒤집어서 한쪽 팔로 지탱해서 다른 팔로 장난감 가지고 놀기 같은 단계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쪽으로의 발달은 느리게 되었다. 요즘 남편이 유튜브에서 아기 배밀이 유도해 주는 영상을 하나 보고선 종종 팔을 잡고 앞으로 당기게끔 유도해 주는데 이것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아기가 잘못된 패턴으로 학습할 가능성이 있다.

잘하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아이가 엎드려서 놀다가 옆으로 회전하려는 모습이 약간 보이길래 허리 쪽으로 장난감을 두어 팔꿈치를 회전축으로 몸을 회전하게끔 유도했었다. 엎드려 팔꿈치로 지탱해서 놀다가 그다음 단계가 이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뭔가 새로운 단계를 가르치기보다 아이를 잘 관찰하다가 그다음 단계로 갈 준비가 된 것 같으면 살짝 유도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 나름대로 순서대로 잘 발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아기들은 그전 단계가 발달이 되고 준비가 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 속도가 아기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단계를 뛰어넘지 않고 이 순서만 얼추 지켜서 해낸다면 크게 문제가 없다. 부모의 섣부른 개입으로 이 순서를 뛰어넘고, 원시반사가 퇴화되는 것을 막는다면 오히려 전체적인 발달 속도는 느려지거나 불균형하게 발달되어 나중 단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아기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되도록 개입하지 말되, 정상적인 발달단계를 알아두고 개입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언제 개입할지 잘 판단해서 해 주는 게 좋다. 여기에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정상적인 발달단계와 더불어 그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부모가 개입해서 촉진시킬 수 있는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읽으면서 결국 부모의 역할이란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답답해도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고 힘들어서 짜증내면 토닥여주고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시도하게 해 주고, 문제 상황이 있으면 적절히 개입해 주는 것. 나아가서 아기 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매사 마찬가지라 생각이 된다. 답답하다고, 안쓰럽다고 부모가 대신해 주고 개입해서 서둘러 가게끔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고 힘들면 응원해 주고 다시 시도할 용기와 기회를 주는 것. 그 과정이 내가 보기엔 쉬워 보여도 아이에겐 힘들고 쉬어가야 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말이다.

부모란… 참 어렵고도 쉬운 것 같다. ㅋㅋㅋ

+ 육아 아이템 살펴보기

유모차
이 책의 후반부에는 육아 아이템에 관해서 설명해 놓은 부분이 있다. 유모차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부모의 편의성을 강조한 요즘 유모차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아직 우리 아기는 유모차를 타본 적이 많지 않지만 유모차를 태울 때, 구입할 때 어떤 면을 고려해야 하는지 참고가 되었다. 옛날 사진에나 나오는 그런 유모차는, 아기가 반듯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돌 때까지도 누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크기에, 앉을 수 있게 되면 앉아서 사방을 둘러볼 수 있고 부모와 눈 마주침, 교감 등을 할 수 있는 형태였다. 경사진 요즘 유모차는 아기가 원하는 자세를 취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졸리점퍼, 쏘서, 아기체육관
국민 육아템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이 아이템들이 생각보다 좋지 않음을 알았다. 졸리점퍼나 쏘서는 신전근을 자극해 원시반사의 통합을 방해한다. 처음 아기체육관에 눕혔을 때 매달려 있는 장난감을 잘 가지지 놀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잡고 입으로 가져갔었는데 원래 그런 것이었다. 아기체육관에 달려 있는 장난감은 아기한테 크고, 또 입으로 가져가기 힘들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또 뒤집고 되짚는 과정에서 기둥이 있어 방해가 되는 것도 좋지 않은 점이다.

아기체육관에 있는 장난감처럼 매달아 두는 것보다 아기를 바닥에 눕혀놓고 손 닿는 옆쪽에 장난감을 둬서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좋다고 한다. 그럼 아기가 장난감을 잡으려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균형을 발달시키면서 뒤집기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 아기가 뒤집기를 하고 난 후 아기체육관에서 뒤집어 기둥을 잡고 입에 넣으려고 할 때가 많았는데 매달려 있는 장난감보다 기둥 위치에 장난감을 놔두는 게 좋은 이유가 이것이었다.

보행기
마찬가지로 신전근을 자극할뿐더러 보행기 사고가 잦으니 유의해야 한다.


정상적인 발달 단계를 뛰어넘어 그 단계에서 배우고 발달시켜야 할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나중에 훗날 ‘자세라든지 언어, 집중력, 신체 협응, 자세 발달, 학습장애, 행동 장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하니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 책을 통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읽어봐 두는 게 참 좋을 것 같다. 책도 얄팍하니 아기 낮잠 시간 동안 다 볼 수 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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