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어려우면서도 쉬운 이유가 아이마다 참 다르기 때문이다. 수면도 당연히 그러한데, 요즘은 수면교육이 유행이다. 첫째를 키울 때는 들어보지 못했었던 용어인데 요즘은 수면교육 컨설팅까지 있다고 한다. 가격을 듣고 헉했다.
누구는 수면교육 같은 걸 하지 않아도 때 되면 알아서 잔다고 하고, 누구는 수면교육은 아기한테 스스로 자는 기회를 주는 것이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한다. 참으로 많은 정보가 넘쳐나기에 첫아기를 기르는 엄마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면교육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아이마다 수면 사이클도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거다! 하는 정답은 없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공유되고 있는 대표적인 방법들(안눕법, 쉬닥법, 퍼버법)은 결국 우는 아기를 달래서 결국 부모의 개입 없이 잘 수 있게 한다. 물론 우는 아이를 달래서 재우는 게 수면교육의 모든 것은 아니다. 낮밤 구분부터 아기의 생체리듬 고려 등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된다.
나는 약간 수면교육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있었다. 약간 순리를 거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말이야 다 좋지만 때 되면 다 할 텐데 부모 편하자고 아기를 일찍부터 포기하는 경험부터 겪게 하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한테 안겨자는 아이가 어디 있는가. 물론 수면교육의 본질은 이것이 아니겠지만… 내 느낌은 그랬다. 그래서 나는 나대로 아이한테 맞춰가며 육아를 했고, 그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물론 내 이야기 속에 수면교육과 교집합이 되는 내용도 있다. 그저 하나의 경험담으로 읽어봐 주면 좋겠다.
낮밤 구분
둘째는 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으로 바로 왔다.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며 자연스레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이유가 제일 컸는데, 울혈 때문에 며칠 제대로 물리지 못해 결국 바로 직수를 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집으로 바로 왔기 때문에 24시간 밝게 불을 켜두는 신생아실과 달리 낮밤 구분이 자연스레 되었다. 밤이 되면 불을 껐고, 아침이 되면 해가 뜨면서 밝아졌다. 그래서인지 첫째보다 밤잠을 자기 시작한 시기가 더 일렀고, 신생아 시기가 채 지나가기 전부터 낮잠과 밤잠의 양상이 달랐다.
인간침대
둘째는 첫째보다 좀 더 예민한 기질의 아이였다. 신생아 때 잠깐 누워서 잤을 뿐, 그 후로는 바닥에 내려놓으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직수거부로 인해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직수 시도하는 데에 더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잠이라도 제대로 재우고 모유수유를 하려고 안아서라도 최대한 재우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인간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산후도우미가 있을 때까지는 나와 남편, 산후도우미가 돌아가며 안아줬다. 다행히 밤잠을 일찍 구분해 밤에는 누워서 잤었다.
조금씩 바닥에 눕혀보기
직수 거부 때문에 한동안 유축수유를 했고, 모유수유와 잠 때문에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기를 돌보기가 힘들었지만 차근차근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밤잠은 계속 잘 잤고, 낮잠이 문제였다. 수면의식은 따로 하지 않았는데 안아 재우다 보니 안아 재우는 행동 자체가 수면의식이 된 것 같다. 인간침대를 하다가 아기를 안은 채 그대로 같이 누웠다. 누워도 아직 아기는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앉아서 꼼짝없이 인간침대를 하던 때보다 조금 나았다. 그렇게 재우기를 며칠, 이제는 그렇게 누운 상태에서 아기 몸을 조심스레 바닥에 닿게 해서 안고 누워 재웠다. 그렇게 또 며칠 익숙해지면 바닥에 닿는 부분을 늘렸고, 결국 팔베개해서 자는 데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또 며칠, 잠이 들면 팔도 슬며시 빼 보았다. 성공! 하지만 몸은 붙어 있어야 했다. 자면서도 엄마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는 아기 때문에 아기 자는 시간은 꼼짝없이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아기가 졸리면 안아서 재운 후 잠이 들면 같이 누워서 팔베개하는 척하다 팔을 빼고 옆에 눕거나 기대앉아 쉬는 날들이 이어졌다. 덕분에 자는 동안 집안일을 할 수는 없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아기 쉴 때 나도 같이 쉬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기가 낮잠 잘 때 같이 낮잠을 자거나 핸드폰으로 경제 자료들을 보거나 리디북스로 책을 읽었다. 아기가 혼자 좀 놀아줄 때까지는 아기가 깨 있을 때도 집안일을 잘할 수가 없어서 반찬은 사서 먹었고, 집안일은 간단한 집안일은 남편이 하고, 나머지는 미소 앱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사도우미를 신청해서 처리했다.
안눕법 시도
아기가 커 가면서 낮잠 시간엔 옆에서 자리를 지키면서 쉬고 아기가 깨어났을 때 아기를 보면서 집안일도 하며 놀아주기도 했다. 그러다 이대로 진짜 돌, 두 돌까지도 안아서 재워야 되는 거 아닌가 살짝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준비가 되면 되겠지 하고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주자 생각했다. (그렇게 안아줬는데도 혼자 누워서 자는 지금은 조금 아쉽다. 다시 안아서 재워주고 싶은 마음도 가끔 든다.) 어느덧 6개월이 되고 체중이 8kg이 되었다. 여전히 내 품에 안으면 조금 있다가 폭 안겨 잠이 드는 아기가 좋았지만 이제 슬슬 누워서 자는 연습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 중에 괜찮아 보였던 안눕법을 해보았다. 눕혀서 재워보고 울면 안아서 달래줬다가 다시 눕혔다가 반복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기가 잠들기 전에 눕혀서 재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역시 예상대로 졸릴 때 눕히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안아서 달래서 다시 눕히니 바로 울었다. 다시 안아서 눕히려고 했는데 우는 시간이 더 길어지며 달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렇게 3번 안아서 달래보고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생각하고 그만두고 다시 안아서 재운 후 눕혔다.
쪽쪽이와 함께 쉬닥법으로 다시 시도
그로부터 2주 후쯤일까… 6개월이 끝나갈 즈음이었다. 문득 오늘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어있는 시간이 2시간에서 3시간까지도 늘어난 때였다. 3시간까지 놀고 있다가 졸린 신호를 보낼 때 아기를 안고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같이 누워서 몸으로 조금 놀아주다가 신생아 때 잠깐 물었다가 그 후로는 줘도 물지 않았던 쪽쪽이를 입에 물려보았다. 역시 쪽쪽이를 물지 않고 치발기처럼 물고 뜯고 가지고 놀았다. 토닥토닥해주면서 입으로 쉬 소리를 내며 재우기 시작했다. 점점 더 졸린지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짜증을 좀 내더니 갑자기 쪽쪽이를 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이 들었다. 눕힌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눈을 감은 지 5분쯤 뒤에 쪽쪽이를 살짝 빼주고 아기는 계속 꿀잠을 잤다.
이날 첫 성공 이후로 이젠 졸릴 때쯤 되면 방으로 들어가 눕혀서 토닥토닥해 주며 재운다. 쉬 소리를 내지 않아도 이제 5분이면, 넉넉잡아 10분 안에 잠든다. 그렇게 잠들고 나면 나는 방을 나와 내 시간을 가진다.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중간에 방 문을 열어 잠깐 지켜보다가 눈을 떠서 깼다가도 다시 잠드는 것을 보았다. 이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눈 떠서 엄마가 없으면 난리가 났었는데… 이 날을 기점으로 육아가 훨씬 수월해졌다. 육아에 자신감도 더 붙으면서 육아효능감도 높아졌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안아재울 때는 졸릴 때 무조건 엄마가 재워줬어야 했는데 누워서 토닥토닥 재운 이후로는 남편이 재워도 5분이면 잠드는 것이다.
이후 느낀 점
사실 아기 키우는 게 다 힘들긴 하지만 돌 이전 아기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 제일 힘든 부분이 잠일 것이다. 잠이 해결이 되지 않으면 부모도 잠을 못 자 지친 상태로 육아를 하게 되니 이것저것 꼬이는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수면교육이라는 것도 유행하지 않나 싶은데 나는 이번 경험으로 인해서 아기들은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물론 그때는 아기들마다 다르다. 어떤 아기는 100일의 기적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아기는 우리 아기처럼 6개월, 어떤 아기는 10개월이 되어서야 잘 자주기도 한다. 다만, 분명한 건 하루하루 나아진다. 아기의 대근육 발달도, 소근육 발달도, 수면 사이클도, 모든 것들이 정말 하루하루 조금씩, 하지만 눈에 보이게 나아진다. 그렇게 아기들이 준비가 되면 부모가 억지로 개입하지 않아도 그다음 단계로 알아서 잘 넘어간다. 재촉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기다려주는 게 쉽지는 않다. 아기가 다 커서 유아가 되고 청소년이 되어도 기다려주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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