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장주보다 과점화 되어 있는 산업 섹터에 사이클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중 선박용 페인트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선박용 페인트의 기능과 해자
페인트는 보통 녹 방지와 디자인용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선박용은 다르다.
- 방오(오염방지) : 선박은 항해하는 동안 선체의 하부가 바닷물에 잠겨 있다. 이때 따개비 같은 해양생물이 들러붙으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연비가 저하된다. 이 따개비를 떼내면서 페인트가 벗겨지면 선체에 녹이 슬게 된다. 방오 기능이 있으면 해양생물이 부착하는 것을 방지하고, 붙더라도 쉽게 떨어질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방오 기능이 필수인데 이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수리 및 유지보수를 위한 글로벌 AS망이 필요하다.
- 방청(녹방지) : 바닷물은 염분이 있고, 항해하는 동안 대부분 햇빛, 파도, 바람, 바닷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녹이 슬기 쉽다. 이는 선박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방화(화재방지) : 선박은 아직까진 기본적으로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화재 발생의 가능성이 있고, 화재가 발생하면 침몰할 수 있다. 그래서 엔진이 있거나 연료가 있는 부분은 화재를 견딜 수 있는 도료를 발라줘야 한다.
이러한 기능들이 꼭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선박용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보다 단가가 높고 검증된 기업들의 제품만 쓰기 때문에 해자가 있다.
페인트는 선박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유지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주들이 유지보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로벌 AS망이 없으면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이다. 유지보수를 위해 선박의 구역마다 무슨 종류의 도료를 썼는지, 어떤 브랜드의 상품을 썼고 성분은 무엇인지, 어떤 걸로 대체할 수 있는지 등의 관련 서류가 선주에게 도면과 함께 전달된다. 기타 선주가 요구하는 데이터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업력도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소재들은 조선사가 아니라 선주들이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조선사가 아무리 공급사를 바꾸려고 해도 선주가 싫다고 하면 끝이다. 이 말은 조선사가 단가를 후려치고 싶어도 선주에게 열심히 영업해서 계약을 따내면 가격 방어가 가능하고 이는 곧 마진으로 연결된다. (엔진, 보냉재, 항통장비, 선실장비, 라이프보트 등도 비슷하다.)
이러한 이유로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어려운 섹터 중 하나이다. 심지어 환경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규 업체의 진입은 더더욱 어렵다. 중국에서의 수입 또한 만만치 않은데, 수입단가와 관세, 운송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국 선박용 페인트 브랜드
기술과 생산량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국내 선박 도료 회사들은 합자 회사가 많은데, 보통 기술 부분은 유럽회사들이, 한국 회사는 영업을 담당하며 지분 이익을 나눠갖는다.
- IPK : 악조노벨+노루홀딩스(40% 지분이익)
- 쵸코쿠삼화 : 일본 쵸코쿠 + 삼화페인트(14.9% 지분이익)
- 조광요턴 : 노르웨이 요턴 + 조광페인트(50% 지분이익)
- KCC
IPK는 과거에 압도적인 기술력과 품질, 글로벌 AS망에 높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1위였으나 지금은 그 자리를 요턴이 꿰찼다. 현재 국내 선박 도료 1위는 조광요턴이라고 보면 된다. 점유율은 조광요턴 > 쵸코쿠삼화 > KCC > IPK이다. KCC는 품질이 아쉽고, 글로벌 AS망이 없는 게 큰 단점이다.
이익을 결정하는 것
- 사이클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박페인트는 과점화 되어있기 때문에 가격전가는 어느 정도 된다고 보고, 제일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사이클이다. 조선 업황이 좋아야 한다.
- 원가 : 원료가 되는 에폭시 등 벤젠 라인의 석유화학 제품들의 가격이 내려가면 페인트 회사들의 마진이 좋아진다.
현재 조선 업황이 업 사이클이라 페인트 가격은 올라가고, 화학 섹터는 증설과 중국 경쟁으로 인해 원가가 낮아진 상태라서 선박용 페인트의 업황은 좋은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페인트 회사에서 선박 페인트가 지분 이익으로 잡히는 만큼 본업의 업황도 고려해서 이익을 잘 계산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싼 지, 비싼지 잘 판단해봐야 한다.
또, 선박 건조 과정에서 페인트는 수주 약 2년 후에 공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선박 수주가 늘어난 시점으로부터 2년 뒤에 이익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 이익을 주가에 언제 반영하느냐는 시장에 달려있지만 이런 특징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주가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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