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었을까, 2019년이었을까. FAANG에 대한 버블 논란이 일었다. 그 이전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비트코인도 빠질 수 없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멈추게 되었고, 각국의 중앙은행 특히 미국의 연준을 유동성을 말 그대로 때려부었다. 덕분에 논란은 온데간데 없이 채권시장은 물론이요, 그동안 본 적 없던 모든 자산이 상승하는 ‘everything is bubble’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사람들은 투자에 열광했고 투자며 재테크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은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버핏이 그랬던가, 물이 빠져봐야 누가 발가벗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때려 부은 유동성과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때문에 그동안 안 보이던 인플레이션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중앙은행은 금리를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동안 투자에 열광했던 모습 그 이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다큐는 그 모습을 다루고 있다.
투자에 심취한 2030
으레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다큐를 보면서 생각보다 많이 2030 구석구석에 “투자 열풍”이 침투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자”라고는 하지만 이게 정말 투자인지는 의문이다. 잠깐이라도 차트를 보지 않고는 불안해서 안 되는 정도면 투자라고 이름 붙이면 안 된다. 이건 “도박”이며 “중독”이다.
요즘 자영업 하는 사장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시급 12,000원을 줘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15,000원 정도는 줘야 겨우 구한다고.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오르는 물가에 비해 임금이 낮아 보일 수도 있겠고 늘어난 청년 지원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높아진 최저임금으로 인해 시간을 토막 낸 알바, 즉 질이 낮은 자리가 많아서일 수도 있고, 정말이지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서일 수도 있다. 이 다큐에 나오듯 투자에 심취한 청년들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근데 과연 몸으로 뛰어 버는 돈을 그렇게 경시해도 될까?
저성장, 빈부격차, 월급으로만으로는 자산(특히 부동산)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투자의 탈을 쓴 도박을 하기 위한 합리화이다. 닷컴 버블 즈음이나 한창 일본의 황금기였을 때 나왔던 다큐들을 보면 실상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닷컴 버블 즈음의 한국의 기사를 찾아보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고, 오르는 주식을 보며 일하기 싫어 전업투자 열풍이 불었다는 기사가 남아 있다.
이전에 비해 빈부격차가 큰 문제로 다가선 것은 맞지만 좋은 자산은 언제나 사기 어려웠다. 절약하고 열심히 본업(월급이든 사업이든)을 열심히 해서 겨우 하나씩 사모아 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여러 가지 금융 상품이 많이 나와서 종잣돈을 모으면서 동시에 적립식 투자가 가능한 전략도 있다. 종잣돈 모으기까지 지식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지만 그게 꼭 유일한 길은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자에 심취한 2030의 생각(단기간에 부자가 되려는)과는 달리 투자로 돈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긴 호흡을 가지고 차근차근해나가다 보면 노력과 운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각보다 빨리 자산이 뻥튀기되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길을 잡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투자를 도박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할수록 더욱더 늪에 빠지게 된다. 다큐에 나오는 상황이라면 일단 모든 투자를 접고 본업에 충실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복기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어설프게 다시 손실을 복구하겠다 혹은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마음은 접어두고 새로이 벌어들이는 본업에서의 수익을 어떻게 내 노후까지 안전하게 운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투자로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나도 마음이 급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과거 실패의 경험을 거울 삼아 계속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과거 남편과 나는 남편이 10년 동안 투자라곤 하지 않고 절약만 해서 모은 종잣돈을 모두 날렸다. 그 정도 금액과 당시 우리의 나이라면 모두 날려도 충분히 복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갖가지 투자 상품에 레버리지를 끼고 과감하게 베팅했다. 물론 주식에만 투자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깡그리 다 날릴 수 있었다. 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눈에 보이는 금액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당시에 갭을 끼고 부동산이라도 샀다면 그 금액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산 규모를 이루게 되었을 것이다. 기회비용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심리적 충격 또한 말할 것도 없다. 그 사건 때문에 자녀 계획도 영향을 받았다.
우린 절약하고 또 절약하면서 돈을 벌었다. 5년이 지났을 때 자산규모를 보면 당시 잃었던 돈의 몇 배를 순자산으로 보유하게 되었지만 그 기간 동안 투자로 그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었던 것 같다. 아마 손실을 만회하겠다고 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면 뭐가 잘못된 지도 깨닫지 못한 채 진흙탕으로 끌려들어 가고 있었을 것이다.
내 경험까지 적게 된 것은, 만약 다큐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청년이 있다면 다시 일어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다시 일어서는 게 쉽진 않겠지만 적어도 진흙탕으로 끌려들어 가지만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 다큐에 나온 청년들과 비슷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중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완전히 끊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강원랜드 투자 철회
내가 2020년 저점에서부터 관심을 가진 종목이다. 그때 의미 있는 비중으로 투자하진 않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적절한 현금흐름과 함께 꾸준한 배당을 지급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보며 강원랜드에 고개를 갸우뚱했고, 이 다큐를 보면서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이제는 도박을 번거롭게 꼭 카지노에 가서 할 필요가 없어졌다.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이 바로 도박장이다. 불법 도박 게임을 하지 않고서도 도박을 할 수 있다. 쉽게 증권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또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미술품에도 쉽게 지분투자가 가능하며, 한우에도 지분투자를 한다. 온 사방에서 도파민이 유혹한다.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투자와 도박은 한 끗 차이일 것 같은데 쉽게 접근 가능한 환경과 남과의 비교에 따른 박탈감은 사람들을 특히, 청년들을 쉽게 도박에 중독되게 만드는 것 같다. 여기서 오프라인 카지노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야
저성장과 인구절벽이 이미 눈앞에 와 있는 지금, 투자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솔직히 나는 국가의 연금 체계도 믿지 않는다. 내가 연금을 받게 될 시기가 되면 개시 연령이 얼마가 될 지도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고 그때 국가 재정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따로 내가 금융 공부를 해서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내 능력이고 경쟁력이다. 쉽게 대체 가능한 인력이 아닌, 내가 사회에,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분야는 상관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어설프게 투자에 심취해서 내 본업을 저버리는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 내 본업에서 현금을 잘 뽑아내고 그 현금을 잘 관리하기 위한 투자 공부, 즉 금융을 공부해야 한다. 투자를 가장한 도박으로 한탕주의 헛꿈에 물들지 말고.
위 글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빨리 앞서가고 싶은 유혹이 들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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