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이런 프로그램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내용들도 많이 말씀해주시지만, 몇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누가 소개를 해주셔서 사전 신청을 해두었는데 모처럼 여유 있는 토요일이라 시청하게 되었다.
증권사 센터장에게 듣는 2022년 증시 대전략
제도권에서 쟁쟁한 분들이시다. 나름대로의 좋은 의견들을 많이 말씀해주셨다. 전반적으로 꽤 괜찮았으며, 개인적으로는 이종우 센터장님의 사회와, 세션 사이사이에 진행했던 라이브 Q&A가 좋았다. 몇 가지만 기록으로 남겨놓으려 한다.
한국의 수출
나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수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이라서가 아니라 한국 수출은 글로벌 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매월 발표되는 한국 수출을 사이클 추적 자료에 기록도 하고 있다.
원래도 중요한 한국 수출이지만, 2022년에 더 주목받는 이유는 2020~2021년에 걸쳐 엄청난 수출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자로서 기저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추적 자료에 기록하고 있듯이 여전히 한국 수출은 좋지만, 한국의 일평균 수출액은 감소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 중이다. 더불어 한국 수출의 yoy 값도 하락 중이다.
선거와 증시
일전에 삼프로TV에 이재명 후보가 나와 증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기가 막히게 청자를 잘 타겟팅한 멘트이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알 것이다. 코스피 5천은 대통령이 말한다고 해서, 하겠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수많은 자료들과 분석들이 나왔었다.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왔을 때, 공화당에서 대통령이 나왔을 때를 비교해가면서 증시에 어떤 대통령이 유리한지 말이다.
나도 최석원 부문장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 국가이다. 어느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기 사이클과 기업 실적이다. 어떤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세계 경제와 경기 사이클, 기업 실적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가격을 전가시킬 수 있는 기업에 투자
인플레이션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때에 가격을 전가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생활필수품이라서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더라도 소비자는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록터앤갬블(PG)일 것이다. 또, 브랜드 가치가 매우 탁월하여 비용 증가 이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여도 소비자는 기꺼이 사주는 기업의 제품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애플(APPL)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익이 나지 않고 꿈을 가득 머금은 기업들이 긴축과 금리 인상의 압력에 무너져가고 있는 지금(반토막은 물론이고, 하락폭이 80% 달하는 기업들도 있다), 굳건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시장이 무너진다면 이런 기업들도 무사하지는 못 하겠지만, 어느 정도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 기업의 추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상현실
코인, 메타버스, NFT 같은 것들이 언급되었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최석원 부문장님의 한 마디였다.
닷컴 버블 이후 인터넷이 폭풍 성장한 것처럼, 가상현실 또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가상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많지만, 무엇보다 갈수록 커져가는 양극화와 여러 가지 현실 속에서 회피하여 사람들은 가상현실에서 더욱더 만족감을 얻으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필수적인 것은 가상현실에 연결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이미 뛰어난 기업들이 그 시장에 뛰어들어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메타이다. 현재는 초기 단계이지만, 또 다른 스마트폰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주 투자에 약하지만,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볼 분야라고 생각한다.
물가
내가 항상 귀담아듣는 김한진 연구위원님이다. 소신껏 의견을 피력하면서 듣고 싶어 하는 말도 함께 해주셔서 순한 맛으로 만들어버리는 분. 더 젊어지신 느낌이다.
작년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transitory라는 단어를 써가며 강력히 말할 때에도 난 믿지 않았다. 물가지표들을 뜯어보면 과연 이것들이 일시적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상황과 숫자가 달라지면 연준의 입장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높은 물가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점에서인가 다시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그에 맞춰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어쨌든 연준은 최근 급격하게 통화정책 방향을 변경했고, 덕분에 여러 자산들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긴축 기조는 기정사실화 되었고, 이에 맞춰 채권 금리와 회사채 금리들이 움직이고 있다. 경기 하강기에 벌써부터 접어든 중국은 이에 대응해 각종 금리를 내리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이고,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다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답도 없어 보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매우 궁금해지는데, 70-80년대 인플레이션에 직접 대응했던 사람들은 연준에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만큼 정책의 숙련도가 떨어질 것이다. 김한진 연구위원님의 말씀대로 연준이 매우 당황하고 있고 이걸 수습하느라 올해는 정신이 없을 수 있다.
주가 흐름을 보며 경거망동하지 말고 물가 추이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경기 사이클도 추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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