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인가, 어느 날 갑자기 테라스에 방아깨비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가까이 가니까 움찔거리더니만 며칠 화분에 물 주면서 얼굴을 익혔더니 이젠 미동도 없다. 이제 뭐, 반려곤충이 돼버린 건가? 훗
어느 날은 부추에, 어느 날은 딸기에, 어느 날은 바질에… 어디 가지도 않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계신다.
어릴 적 할아버지 논과 밭에서 메뚜기를 잡으며 방아깨비도 많이 잡았더랬다. 요즘은 메뚜기는 예전만큼 많이 안 보이는 것 같다. 방아깨비를 잡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입에서 피인지 뭔지 모를 액체를 내놓곤 했다. 지금은 왜인지 손이 쉽게 안 나간다. 어릴 때 개미도 곧잘 잡곤 했는데…
문득 이 녀석은 무엇을 먹고살고 있나 궁금해졌다. 검색해 보니 벼 과 식물을 잘게 씹어서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방아깨비 키우는 사람들을 보니 집 주변에 흔히 보이는 강아지풀을 먹이로 준다고 한다. (방아깨비 키우는 사람들이 더러 있네?!) 근데 우리 집에는 그런 녀석이 없는데 뭘 먹고살고 있는 거지?
아뿔싸! 이 녀석인가?!
이 녀석이 유유자적하던 곳에 어느 날은 잎당귀 잎을, 어느 날은 바질 잎을 누가 갉아먹었길래 어느 애벌레가 또 왔나 한참을 찾다가 못 찾았는데…
먹는 모습을 목격하지는 못 해서 이 녀석이 먹은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만 했다. 이제 입동이 지나 요즘은 나방이나 나비 애벌레들은 잘 안 보이고, 애벌레들이 먹었으면 주변에 흔적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지켜 본 결과, 방아깨비는 바질을 잘 먹는다. 그
외 우리 테라스에서 방아깨비가 잘 먹고 있는 것은 시금치이다. 유유자적 놀다 가라고 공간을 내줬더니 입맛대로 뷔페를 즐기고 계신다. 방아깨비 키우시는 분들, 다양하게 밥상을 차려줘 봐도 될 것 같다.
내친김에 방아깨비는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봤더니 흙에다 알을 낳아서 알로 겨울을 난다고 한다. (흠칫) 이 녀석 암컷 같은데… 수컷이 없으니 알은 낳지 않으려나? 아님 내년에 이 녀석 자손들을 내 테라스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
흠… 실컷 즐기고 맛보고 살다 가고 내년엔 안 와도 된다 이 녀석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 교촌치킨 당첨!! (0) | 2024.12.10 |
---|---|
찌는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하는 건강한 집밥 일상 (0) | 2024.11.26 |
오랜만에 블로그로 돌아와 보니… (3) | 2024.11.13 |
23년 ISA 계좌 삼성화재우 배당금 재투자 (0) | 2023.04.15 |
아바타2 물의 길 3D 후기(스포일러 없음) (0) | 2022.12.16 |
댓글